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 외국의 동식물을 우리말로 일컬어야 할 때, 상당수의 종은 고유어로써 비유적으로 일컬어지곤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오리너구리"와 "사향고양이"가 있죠. 그러나, 이러한 명명은 마치 오리너구리가 너구리의 일종 혹은 근연종이라고 오해를 줄 여지가 다분합니다. 사향고양이도 마찬가지고요. 더군다나 어떤 종이 고유어고 어떤 종이 외래어인 지 일관적이지도 않습니다. 만약 외래종을 고유어로 부르는 게 원칙이었다면 판다가 "얼룩곰", 하이에나가 "늑대표범"이 돼 버렸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외래종은 외래어로 부르는 게 원칙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외래종들의 실제 서식지에서 사용되는 언어에서 따온다면 좋겠지요. 외래종들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예시를 나열한다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오리너구리 → 플라티퍼스(platypus; 영어)
바늘두더지 → 에키드나(echidna; 영어)
주머니쥐 → 어포섬(opossum; 영어)
유대하늘다람쥐 → 슈가글라이더(sugar glider; 영어)
땅돼지 → 아드바크(aardvark; 아프리칸스어)
코끼리땃쥐 → 셍기(sengi; 스와힐리어)
바위너구리 → 휘락스(ὕραξ; 그리스어)
땃쥐 → 시루(shrew; 영어)
아프리카사향고양이 → 풍고미티(fungo-miti; 스와힐리어)
사향고양이 → 시벳(civet; 영어)
카고미슬고양이 → 캐커미슬(cacomistle; 영어. 고양이를 닮았다고 해서 "고양이"를 굳이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바다코끼리 → 월러스(walrus; 영어)
물개 → 피니페드(pinniped; 영어)
바다사자 → 강치(이건 원래 한국어입니다만, 이렇게 불러야 오해가 없겠죠.)
물범 → 포시드(phocid; 영어)
쥐사슴 → 셰브러테인(chevrotain; 영어)
가지뿔영양 → 프롱혼(pronghorn; 영어)
포유류만 추려봐도 이렇게나 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동식물을 명명해야 하고, 그것을 일일이 암기해야 하며, 그들의 계통적 관계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이유가 없지 않나요? 어차피 학술적으로 다루는 분들은 학명을 따로 쓸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