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어제 배송되어 왔기에 하루만에 보고 후기 남겨 봅니다.(물론 교보문고에도 썼습니다.) 책갈피 2장이 정말 예뻐요.
제목에서 썼듯이 언어를 학문으로 다루는 책이 나오는 것이 잦은 일이 아닙니다. 아주 높은 학식을 쌓은 지식인들조차 언어와 그 기원에 관한 낭설을 농담처럼 소비하고 확대 재생산되는 일이 너무 잦아서 슬픈 것이 현실입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사회에 널리 퍼진 언어의 역사와 문화 교류 전반에 있는 감정적, 무의식적인 잘못된 개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반박해갑니다. 그와 동시에 최신 연구와 엄밀한 사료 고증에 입각한 중립적 해석을 제시합니다. 마치 명쾌한 수학적 증명이나 잘 쓰인 추리소설을 보듯 구성된 책이 전개되는 내용에 보면서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책이라는 매체로 출간되었다는 점이 남다른 것은, 영상 매체보다 글로써 전달되었을 때 더 시각화되기 좋은 재구 표나, 좀 더 긴 언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던 점인 것 같습니다.
언어를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분야로, '언어'에 '학'이 붙는 걸 농담처럼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평소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책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언어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대중들이 언어에 대해 좀 더 바르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하나 걱정이 있다면, 이 책에서 지적되는 '오래된' 언어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이해하기에 이 책은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점입니다. 물론 '재구'와 같은 단어들은 언어학에 대한 조금의 애정만 있어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한 번도 이런 지식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교양서'로서 보기에는 책이 다소 어렵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감히 제 소감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향문천> 채널을 알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처음 '한국어의 변화' 영상을 보았을 당시 저는 군대에 입대하고 적응을 못해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는데, 그때 유일하게 하루하루가 가는 걸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제가 좋아하는 언어학 영상을 올려 주는 향문천 채널의 덕이 컸던 것 같습니다. '나의 작은 유튜버'였던 향문천 님이 유명 유튜버가 되고 이렇게 책까지 출판하게 되는 걸 보면서 제가 괜히 감동적이게 되고 그렇네요.
'출판'이라는 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어려운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향문천 님은 아주 뛰어난 재주와 힘을 지닌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분에게도 이런 도전은 떨리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다음 도전도 기대할게요.
《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2》, 출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