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표준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갖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사실 그 이전에 이미 "로마자 표기법"으로서의 역할을 영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외국인이 한 눈에 보기에 어떻게 읽어야 할 지 종잡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상적인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어떠할지 고찰해 보았습니다.
1장. 자음
한국어의 자음은 여타 대부분의 언어와 달리 무성음/유성음 구분이 아니라 무기음/유기음 구분을 하는 굉장히 특이한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로마자 전사를 까다롭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인데,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특히 된소리에 전자법을 사용하는 실수를 안고 있습니다. 저는 기식을 H로 나타내는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에,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합니다. 물론 전자법이 아니라 전사법입니다.
일부 자음은 배정된 로마자가 2가지인데, 이들은 첫소리일 때와 끝소리일 때의 발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ㄱ, ㄷ, ㅂ는 끝소리일 때 불파음이 되고, ㄹ는 끝소리이거나 덧날 때 설측음이 되죠. 현행 표준 발음법에서 ㅈ는 끝소리로 올 수 없지만, 화자에 따라 끝소리 ㄷ를 구개음화하는 경우가 있기에, [ㄷㅈ], [ㄷㅉ], [ㄷㅊ]의 ㄷ를 C로 표기함을 제안합니다. 한편, ㅅ와 ㅆ를 똑같이 S로 표기하였는데, 이는 ㅅ와 ㅆ 발음을 구별하는 외국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교육하는 목적에 한해 ㅆ를 독일어의 ẞ(에스체트)를 빌려 표기할 수 있겠습니다.
위 표에서 배정된 로마자가 2가지인 자음들은 어두에서 발음이 달라지는 특성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반영한다면 같은 단어가 위치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는 문제점이 생깁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이를 반영하지 않되, 한국어 교육 목적에서만 반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ㅅ와 ㅆ의 구개음화 문제도 있습니다.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구개음화된 ㅅ를 "SY"라고 적게 되는데, 로마자를 공식 문자로 채택한 외국어 중에서 구개음화된 [s]를 SY라고 적는 언어는 적습니다. SH라고 적는 게 더 적합할 것입니다.
자음의 전사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게 있는데, 바로 자음동화입니다.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어중의 자음동화를 모두 반영하되, 오직 경음화(된소리되기)만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음화도 엄연히 실제로 일어나는 자음동화인데 이를 반영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한국어 교육 목적에서는 어간에서 일어나는 자음동화 또한 반영할 수 있겠습니다.
2장. 모음
사실 자음의 전사법보다 훨씬 중요한 게 모음의 전사법입니다.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기본 로마자 26자만을 사용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다이어크리틱(diacritic)을 전혀 사용 못 합니다. 저는 차라리 다이어크리틱의 사용을 허용하여 외국인이 이해하기 쉬운 전사법을 만들고자 했는데,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Ä, Ö, Ü는 독일어에서, Ơ와 Ư는 베트남어에서 차용했습니다. 실제로 로마자를 공식 문자로 채택한 언어에서 차용했다는 점에서, 이는 외국인이 이해하기 쉽다는 엄청난 이점을 가질 것입니다. 한편, ㅢ를 ƯY라 표기한 이유는 이를 하강 이중모음으로 취급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권의 인명에는 다이어크리틱을 쓸 수 없기에, Ä, Ö, Ü를 AE, OE, UE로 대신 적고, Ơ와 Ư는 그냥 O와 U로 대신 적을 수 있을 것입니다. EO와 EU로 적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3장. 예시
으능정이 = Ưnưngjơng'i
대전광역시 = Däjơn-gwangyơkshi
세종특별자치시 = Sejong-thưkpyơljachishi
다람쥐 헌 쳇바퀴에 타고파. = Daramjü hơn chetpakhüe thagopha.